해결방안

황토를 이용한 해결방안

이미 언급한 것처럼, 요즘에는 적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황토를 바다에 뿌린다. 왜 황토를 바다에 뿌리는 것일까?

황토, 즉 흙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바위가 풍화되어 생기는 것이 흙이다. 바위 덩어리는 비바람에 맞고 겨울과 여름을 지내면서 풍화된다. 아주 작은 알갱이로 작아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성질도 변한다. 이 과정에서 흙 알갱이에 전기가 생긴다. 바위를 이루고 있던 온전한 광물 결정은 그 속에 있는 양(+)전하를 가지는 이온과 음(-)전하를 가지는 이온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전기를 띠지 않는다. 바위로부터 흙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바위를 구성하고 있던 광물들이 원소를 잃거나 광물의 결정을 이루고 있던 일부 원소가 다른 원소로 바뀌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로 +전하가 많은 이온들이 +전하가 적은 이온들로 바뀌게 된다. 때문에 흙 알갱이들은 일반적으로 -전하를 띤다. -전하를 가진 흙 알갱이들은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는 것과 똑같이 서로 밀어낸다. 흙 알갱이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려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고운 황토가루를 물에 분산시키면 뿌연 황톳물이 되어 오랜 시간 그대로 놓아 두어도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윗물도 좀처럼 맑아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황톳물에 소금을 약간 녹여 주면 금세 흙 알갱이들이 가라앉아 윗부분에서 맑고 투명한 물을 볼 수 있다. 소금이 물에 녹으면 나트륨 양이온(Na+)과 염소 음이온 (Cl-)이 물의 전기를 통하는 성질을 강화시켜 준다. 전기를 잘 통하는 물에서는 같은 부호의 전기를 가지는 토양 입자들의 밀어내기 힘이 약해지고 입자와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끌어당기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해져서 입자들이 달라붙게 된다. 결국 입자들의 크기가 커지면서 중력에 의하여 쉽게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는 것이다.

나일 강 하류의 삼각주 평야나 우리나라의 김해평야는 강물 속에 흩어져 있던 점토입자들이 바닷물을 만나면서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가 커지면서 바닥으로 가라앉게 되어 생겨난 것이다. 바다로 들어가는 모든 강의 입구에서는 강물에 섞여서 떠내려 오던 흙 알갱이들이 가라앉게 된다. 모든 강은 삼각주를 만들어 낼 근본적인 능력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같이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지형에서는 가라앉는 흙 알갱이들이 썰물에 씻겨 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김해평야와 같은 큰 삼각주가 형성되지 않는다.

흙 알갱이는 표면에 많은 물질을 흡착시킬 수 있다. 특히 흙이 -전하를 띄기 때문에, +전하를 가진 물질들은 더욱 잘 흡착시킨다. 흙 알갱이의 크기가 작아 질수록 일정한 무게의 흙에 포함된 알갱이의 전체 표면적은 커진다. 따라서 흙 알갱이가 고우면 고울수록 더 많은 물질들을 표면에 흡착시킬 수 있다. 이렇게 흡착된 물질들은 흙 입자들이 바닷물과 만나서 가라앉을 때 같이 가라앉게 된다. 특히 황토 알갱이는 산소가 풍부한 물에서는 물속에 녹아 있는 인산을 흡착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황토 알갱이를 적조가 많이 발생한 바다에 뿌리면 황토 알갱이 표면이 바닷물 속에 녹아 있던 인산을 흡착하고, 인산을 흡착한 황토 알갱이들은 바닷물의 소금기 때문에 서로 엉겨 붙어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결과적으로 황토가 뿌려진 인근 바닷물 속에서 인의 농도가 낮아지므로,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줄어들어서 적조 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밀도를 낮춘다. 이뿐 아니라 황토 알갱이는 적조 생물인 동물성 플랑크톤의 표면에 달라붙어 적조 생물도 바닥으로 가라앉힌다.

이 외에도 바닷물 속에 퍼진 황토는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햇빛이 바다 깊이 닿지 못하고 투과되는 햇빛의 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투과되는 햇빛이 적어지는 만큼 식물성 플랑크톤은 성장이 억제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자연히 동물성 플랑크톤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적조 생물이 줄어들게 된다. 황토에 의한 또 다른 적조 억제 효과이다.

그렇다고 황토를 뿌려서 적조 현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황토를 넣어 주면 단지 물리적으로 투과되는 햇빛의 양을 줄이거나 영양물질인 인을 흡착하거나, 표층수에 존재하던 조류를 엉기게 하여 바닥으로 가라앉힐 뿐이다.

황토와 함께 바닥으로 가라앉은 조류들은 서서히 분해된다. 조류의 몸체를 형성했던 영양물질들이 다시 바닷물 속으로 흘러나오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황토에 붙어서 바닥으로 가라앉은 인(P, Phosphorus)도 문제다. 인은 물속에 산소가 많은 호기성 조건에서는 흙에 견고하게 들러붙지만, 산소가 부족한 환원 조건이 되면 오히려 흙과 분리되어 다시 녹아 나오게 된다.

표면에 가까운 바닷물에는 대기로부터 산소가 녹아들어가 호기적인 조건이 만들어지지만, 어느 정도 깊어지면 대기로부터의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바닷물 속의 생물들에 의한 호흡으로 산소가 소비되어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이 아주 적어지는 혐기적인 조건이 만들어진다. 혐기적인 조건에서는 바다에 뿌려지기 전의 원래 토양 입자에 붙어 있던 영양물질들도 같이 흘러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적조가 발생한 해역에 대한 대책으로 지속적으로 해마다 황토를 뿌리면 오히려 바다 밑에 가라앉은 퇴적물질로부터 인과 같은 물질이 더욱 많이 녹아나와 다음 해 그 다음해에 더 많은 적조를 발생시킬 우려가 큰 것이다. 적조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원천적으로 내륙으로부터 해양으로 영양염류들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황토와 적조 (역사로 보는 환경, 2009. 3. 10., 고려대학교출판부)